어제(자정이 지났으니;;)는 5.18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습니다. 나의 5.18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항상 이 이야기를 생각하면 부끄러워집니다. 우리 아버지는 경상북도 상주 출신이고, 어머니는 대구 출신입니다. 박정희에 대한 지지도와 향수가 하늘을 찌르는 곳입니다. 투표할 때마다 민자당 - 신한국당 - 한나라당 외에는 생각을 안하시는 분들입니다.
아버지는 경북대 전자과를 나오시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방위산업체(지금의 산업기능요원이죠)로 병역을 마치시고, 아마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KBS 연구소에 근무하십니다. 옛날에는 국영방송이었고, 지금은 공영방송이죠.
어머니는 결혼하시기 전까지 중학교 국어교사를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최근까지도 국가가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던 회사에서 일하시고,
어머니는 국가의 이데올로기 전달이 일이었습니다.
난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광주라고 하면 직할시, 해태 타이거스의 연고지라는 정도 밖에 몰랐습니다. 그리고 얼핏 뉴스에서 '광주사태'라고 하는 이야기를 본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 단어만 본거 같습니다. 어느날 신문기자인 이모부 앞에서(이분은 지금 한겨레신문에 계십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 단어를 썼다가(역시 그게 무슨 일인지도
모르던 때였습니다) 혼난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학년이 높아지고, 나이가 들면서 당시 굳게 입을 닫고 있던 신문, 방송이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김영삼 정권 말기에 전,노 두 사람이 기소되면서 조금씩 1980년 그날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면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였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많이 접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아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고2 때던가 노량진 학원에서 언어영역 강의를 듣다가 강사가 "부모님한테 지금보다 전통 시절이 나았냐고 물어보세요"라고, 그래서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차라리 그때가 나았다는 대답. 강사한테 들은 대로, 그럼 역사의식이 없는거라고. 생각해보면 그때는 역사의식이라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대학가면 공부는 안하고 운동이나 하고 다닐까봐 걱정하셨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대부분의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점이 부끄러웠습니다. 예전의 아픈 과거를, 이제서야 알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어렸을 때 아빠, 엄마가 찍는 민자당이 좋다고 했던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건 아닙니다.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나설 용기도, 행동력도 없습니다. 다만 26년 전에 있었던 대한민국사의 아픈 기억을 기억하고 있겠다는 생각과, 옛날의 부끄러운 기억들을 어디엔가 기록해놓고 싶었습니다.
요즘 최고의 인기작가 강풀이 '26년'이라는 제목으로 그때의 이야기를 풀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그가 하고싶어했던 이야기, 자신보다 조금 어린 세대 - 우리 - 에게 잊지 말자고 하는 만화속 그의 목소리를 보고 이 글을 쓸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저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