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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4   Chap. 3 파리 - 소매치기의 추억 (4/4) 
2008/05/04 02:05 2008/05/04 02:05
  Chap. 3 파리 - 소매치기의 추억 (4/4)  +   [07 아아망 유럽가다/37일간의 유럽 방랑기]   |  2008/05/04 02:05

소매치기, 유럽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여행을 가기 전 유럽여행 경험자들이나 현지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수도 없는 소매치기 케이스를 들었을 것이다. 우리도 여행기간 내내 각종 소매치기 경험담을 들어왔고, 이날은 직접 경험도 했었다;;; 그 경험을 소개한다.

출발한 지 일주일 이 지난 이날, 우리는 슬슬 여행의 피로감이 오기 시작했다. 이날의 일정은 로댕 박물관, 군사 박물관을 훑고 오후에 몽마르뜨에 올라가는 것, 둘 다 아침부터 피곤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댕 박물관에 가기 위해선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사건은 거기서 벌어졌다.


지하철이 도착했고, 지하철에 타는 순간 옆에서 같이 타던 남자가 열쇠꾸러미를 "내 발 밑에" 떨어뜨렸다. 나는 그냥 멍하게 보고 있었고, 그냥 얼른 주울수 있게 가만히 서 주었다. 그 순간 갑자기 그 남자가 내 발목을 붙잡았고 불안한 예감이 드는 순간 뒷주머니에 기척이 느껴지는거라. 정말 순간적으로 뒤돌아서 내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던 사람 멱살을 붙잡았다. 근데 붙잡고 보니 정말 멀쩡한 사람이더라, 그야말로 출근길의 파리 시민-_- 놔 준건지 놓친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바로 그 남자는 내 손을 벗어났고 열쇠 떨어뜨린 사람 + 내 주머니 건드린 사람 + 나머지 한 사람이 토끼고, 바로 "열차가 출발했다"

원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열쇠를 떨어뜨린다" -> "주워준다" -> 허리를 숙이는 순간 뒷주머니에서 빼간다 -> "그순간 문이 닫힌다" 겠지. 그리고 열차가 출발한 그 순간까지 옆에 있던 라버님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고 능숙했다. (물론 라버님은 잘못이 없다. 얕보인 내탓이지;; 이 얘기 꺼낼때마다 라버님 삐지신다;;;;)

암튼 저때 이후로 지갑은 절대 뒷주머니에 넣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밖에 다닐때 뒷주머니에 엄청나게 예민하다. 그후 지하철 안에서 '왜 그넘을 놨을까'를 끝없이 생각하면서도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심적으로 엄청나게 피곤해졌다. 그래서 이날은 사진도 몇장 찍지 못했다.


로댕 미술관에서 유명한 지옥의 문, 청동시대 같은 것들을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군사 박물관, 그리고 나폴레옹 3세의 무덤이었던가?도 구경했다. 역시 제대로 된 사진은 없다 ㄱ-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가 파리 시내가 좍 펼쳐진 풍경을 보니 이제 좀 편안해졌다.


꼭대기에 올라 도시 구경을 좀 해보고, 뒷편의 화가 거리로 내려갔다. 스스슥 돌아봤는데 둘 다 크게 그릴 생각은 없었고, 천천히 걸어내려가려는 순간....

"따라라라라라라~ 날 사랑 한다고~~~" (BGM 포카리스웨트 CM;;;)

빨간 투피스를 입은 아가씨가 저 밑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걸어오면서 우리한테 그림 그리지 않겠냐는 제스처를 슥 취하고 스쳐갔다. 둘이 동시에 딱 멈춰서서 "어" 하는 순간 그 아가씨는 저 멀리로 걸어갔고, 이미 쫒아가서 그려달라고 하기엔 먼 곳까지 가버렸다. 무슨 축지법을 쓰나 -_- 암튼 짧고 강렬했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너무 순간적이라 두 사람 카메라엔 남아있지 않다 ㅜ.ㅜ

파리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게 "여유"였다. 파리는 할 게 너무 많은 도시였고, (반 이상은 패스가 아니었음 안갈 박물관이었지만) 박물관이랑 이것저것 열심히 다니느라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초상화 그리기 이런걸 못해본 게 아쉬웠다. 나름 먹고 즐기는데 너무 인색해지지 말자고 생각하고 왔는데 정말 그런 것들의 가치를 모르고 아까워했던 여행 초기였다.

몽마르뜨를 내려와서 피곤한 마음에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서 위닝도 좀 하고 인터넷도 많이 하고 푹 쉰 하루였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파리를, 프랑스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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