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수박 겉 핥기'다. 여행지의 총체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시간을 들여 다각적인 체험을 할 필요가 있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들 - 특히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유럽 배낭여행족 - 에게는 그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주어진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여행의 기술이고 수박 겉을 핥는 방법이 아닐까.
그 방법을 찾기 위해 2005년 일본 여행에서는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즐긴다'는 모토 아래 하루 종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어쨌든 즐거웠고, 계획한 대로 많은 것을 보긴 했지만 이번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과연 그게 잘한 여행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게 몇 개나 되던가?
이번 여행은 그런 계획을 짤 시간이 사실상 없었다. 10월 말에 비행기표를 구하고 계속 루트 짜고 도시간 스케줄 만드는 데 치중했다. 게다가 38일, 10개국 23여개 도시에서의 스케줄을 미리 짜가는게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그걸 한국에서 다 만들어가면 패키지랑 다를 게 뭔가? 대충 이런 생각도 들었고. 결국 기본적인 정보도 거의 알지 못하고 떠나 그야말로 '내일 갈곳 우리도 모르는' 여행이 되었다.
돌이켜봤을 때 한달간의 내 여행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과연 나는 유럽이란 수박에 어디까지 다가갔을까? 수박 겉이라도 핥아보기는 한걸까? 앞으로 써볼 기행문을 통해 천천히 생각해 볼 일이다.